방공관제대대의 핵심, 레이더 돔 (사진 출처: https://cm.asiae.co.kr/article/2020082409183801683)

저는 18~20년동안 백령도 관제대대(흔히 말하는 사이트=radar site)에서 2년간 전산병으로 복무했습니다.

엥? 백령도에 웬 공군이냐고요? 뻥치지 말라고요? 저도 그런 곳에 공군 부대가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작년에 대충 비슷한 글을 썼는데, 전역자의 심정에서 여러 팁, 정보들을 써보겠습니다.

 

백령도의 장점

  • 💰 병사 월급 상위 1%
    : 특수지 근무수당이랑 뭐 합쳐가지고 한달에 55000원 더 나왔습니다. 저 수당이 올랐으면 올랐지 내려갈 일은 없겠죠?
  • 💰 진급 후 휴가를 나오면 뱃값 < 휴가비라서 용돈이 생긴다
    : 물론 인천지역 사는사람 기준입니다. 뱃값관련 설명은 후술
  • ⛱️ 연가를 많이 준다
    : 지금은 몇갠지 모르겠는데 백령도는 1급지라 연가 20개 더 줬습니다
  • 🍚 밥이 맛있다
    : 정통학교 옆에 있던 식당이랑 똑같진 않지만 워낙 소규모라 아주 퀄리티 좋습니다. 오산기지로 1주일간 출장 간 적이 있는데 (병사한텐 흔치 않은 경험이죠) 밥이 넘 맛이 없더라고요. 카레는 진짜 최악. 그냥 맨날 맘스터치 갔습니다
  • 💪 체력단련실 기구 구비가 잘 돼있다
    : 스쿼트랙, 치닝디핑, 레그프레스, 벤치바 뭐 다 있습니다. 집 앞 헬스장보다 잘 돼있어요. 백령도 오면 운동 못할까봐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오산기지 생활관 무슨 천성? 청송? 생활관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거긴 기껏해봐야 트레드밀밖에 없고 암것도 없었습니다
  • 😴 할 일이 별로 없다
    : 비행단이랑 비교가 안됩니다. 한 90%의 확률로 할 일이 없습니다. 물론 부서마다 달라요
  • 배가 안뜨면 검열이 밀린다
    :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는데 1년의 한 1/4~1/5 가량은 배가 안뜨는거같아요. 강풍이나 파도, 해무때문에 배가 안뜨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이러면 검열관들이 입도를 못하니까 검열도 자연스럽게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운이 좋으면 '그 훈련' 한번도 안받고 전역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검열 다 받았습니다 ㅠ
  • 🚁 치누크 HH-47D를 타볼 수도 있다
    : 휴가 나올 때 '탈 수도' 있습니다. HH-47D를 수송기로 운용하는데 공수 스케줄이랑 휴가 일정이 맞으면 치누크 타고 휴가 나올수도 있습니다. 인생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이죠.
    장점은 배로 4~5시간 걸리는 거리를 1시간인가밖에 안걸려서 수원에 도착한다는 거고, 단점은 못 탈수도 있다는겁니다. 짐 싣고 남는 자리에 사람 태우는건데, 이것도 선착순이고 출장자 우선, 간부 우선 뭐 이런 게 있습니다. 자세한건 선임한테 물어보시길
  • 군대 썰을 재밌게 풀 수 있다
    : 자대가 백령도로 결정됐다고요? 축하합니다. 백령도 썰만 있으면 술자리에 안주가 필요 없습니다.
  • 눈이 별로 안온다
    : 제가 운이 좋아서 그런가 군생활동안 눈이 별로 안왔습니다. 부대동정에 다른 관제대대 사진 보면 눈이 정말 키 높이만큼 쌓였던데.. 진짜 제설 딱 한번, 넉가래로 쓱 밀고 염화칼슘 뿌리기만 해봤습니다.

 

 

백령도의 단점

  • 사람이 적다
    : 말년까지 일을 해야합니다
  • 독사가 산다
    : 섬에 독사가 삽니다. 물리면 의료헬기 타고 육지로 가야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근데 뱀에 물렸는데 강풍이나 안개때문에 헬기가 못뜨면...
  • 병원이 유명무실하다
    : 백령병원이 있지만 외과의사랑 간호사가 부족해 수술을 못합니다. 무조건 육지 병원으로 가야됩니다. 배나 헬기가 안뜨면 그냥.. 죽는겁니다.
  • 음주운전 하는 사람이 많다
    : 백령도 음주운전으로 아주 유명하죠. 여긴 뭐 음주단속같은게 없습니다. 또 음주단속 했다가는.. 섬 주민의 반발에.. 아시죠?
    찾아보니 글 쓰기 바로 이틀전에 음주운전으로 사람 치어 죽인 사건이 발생했네요. 여러분도 혹시 도내로 외출 나가면 차 조심하세요.
  • 복지시설이 거의 없다
    : BX 엄청 작습니다. 물건 동나는 경우 다반사. 그리고 비행단은 BX를 거의 하루종일 여는데 여기는 여는 시간이 하루 1시간? 뭐 그렇습니다.
    책으로 노래 찾는 노래방 기계도 있긴 합니다. 당구장도 있긴 합니다만... 비행단이랑은 비교하지 마세요. 비참해집니다.
  • 외출 가도 딱히 할게 없다
    : 이동수단도 없습니다. 백령도 콜택시는 10분 거리도 무조건 만오천원인가? 양아치입니다. 걍 나가지 마세요
  • 핸드폰 데이터 속도가 엄청 느리다
    : 메가바이트가 얼마나 큰 용량인지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LGU+면 데이터 거의 못쓴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 인트라넷 속도도 느리다
    : 백령도에 근무하면서 메가바이트가 엄청 큰 용량임을 느끼게 됐습니다.
  • 정신상태가 이상한 사람이 꽤 있다 (병 한정)
    : 정신이상자 정말 많습니다;
  • 휴가를 자주 못나간다
    : 기본 12주 5박6일로 나가는데 딱딱 맞춰서 나가기 힘듭니다. 그리고 배 통제가 진짜 잦습니다. 저같은 경우 한 25%의 확률로 아침에 용기포항에서 빠꾸했습니다. 이럴 때 진짜 열받습니다. 저는 아싸캠프도 배가 안떠서 못갔습니다.
  • ⛈️ 번개가 치면 힘들다 (통신, 당직 한정)
    : 뇌우경보만 났다 하면 장비 다끄고 선뽑고 쌍팔년도마냥 이런짓을 합니다.. 피뢰침도 다 있는데 굳이..? 장비 다 껐다 키고 하는데만 30분~1시간 걸립니다; 껐다 켰더니 멀쩡하던게 안되는 경우도 대다수.
  • 당직, 일직을 많이 선다
    : 사람이 적어서 어쩔 수 없네요. 당직부관은 개꿀입니다
  • 레이다 특기는 힘들다
    : 레이다 특기인가요? 저런...
  • 보급이 느리다
    : 최전방이니까 막 여기저기서 지원해주고 이럴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습니다. 뭐든지 사령부 먼저, 그 다음 사령부 근처, 그 다음 더 근처, ...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 백령도입니다.
    예를 들면 매트리스, 오산기지는 안 쓰는 생활관의 매트리스도 다 푹신한 라텍스 매트리스던데 저희 부대는 라텍스가 한 3갠가밖에 없고 나머지 전부 삼단 매트리스였습니다.
  • 2년간 배를 타야 한다
    : 인천항에서 용기포항까지 편도로 4~5시간 걸리는데 이걸 군생활동안 몇 번 탈까요? 끔찍합니다.
  • 분리수거장 할머니들
    : 아.. 진짜 말도 하기 싫습니다. 백령도 근무하는 군인이면 이유 다 알겁니다.
  • 높으신 분들이 종종 온다
    : 왜 자꾸 오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또 온다고 청소 싹 해놨더니 헬기 못떠서 안오는 경우가 다반사.
    제 군복무 동안에는 미 공군 2스타인가? 3스타인가?까지 왔습니다. 참모총장도 가끔 옵니다.
    찾아보니 옛날에 여성가족부 장관이 방문한 적도 있네요.

 

 

군생활동안 느낀점

병사들은 보통 교육사, 자대만 가봤을겁니다. 그러니 '여기가 좋다' '저기가 좋다' 알려주기 힘들죠. 물론 영창을 사령부로 갔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저는 교육받을 게 있어서 방공관제사령부로 1주일간 출장을 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견학하는 식으로 백령도 내 부대를 이곳저곳(항공대, 6여단 807OP, 유도탄기지 등등) 방문했었는데요, 이렇게 많은 부대를 갔다 온 병사는 저밖에 없을겁니다.

 

백령도는 호기롭게 1지망으로 쓸 곳은 아닙니다. 특히 제주도나 부산처럼 백령도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있으면 정말 비추입니다. 교통비가 너무 많이 나가고, 배가 아침에 못뜨고 점심에 뜨면 그 날 집에 못갈 수도 있습니다.

반면 인천이나 수도권 사는 사람은 생각해볼만 하죠. 짧게 자주보다는 한번에 길~게 나오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저같은 경우 말년 전까지는 최대 2주, 말년때는 거의 1달? 그정도 나와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긴 휴가의 부작용도 있습니다. 휴가 복귀가 아니고 재입대 하는 것 같아요.

 

여러 장단점이 있으니 진지하게 고민해서 자대를 고르셨으면 합니다. 물론 원하는 대로 100%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반응형
  1. 이전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