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헌터 유진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수첩. 그 수첩에는 그 동안 그가 까발라 곳 곳을 돌아다니며 기록한 신기한 기록이 담겨져 있다.
데저트해안에서 드릴질을 하다보면 자주 볼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카드헌터 수첩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월 11일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유진, 낯설다.
이제는 카드헌터라는 별명이 더 익숙하다. 유진이란 이름은 머리 속에서 희미해진지 오래다. 나는 그냥.. 카드헌터다.
섬에 도착한지도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그리고 신비한 카드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이곳에 있기는 한 걸까.
나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아버지와 함께 보냈다. 기억 속 나의 아버지는 카드를 수집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시는 분이었다. 진귀한 카드가 있는 곳이라면 세상 어디라도 찾아가셨다. 내가 어느 정도 자란 이후부터, 아버지는 항상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그때 나는 그저 이상한 부족들이나 처음 보는 동물들이 신기했고, 때때로 집을 그리워하며 울곤 했다. 가끔씩 아버지는 내게 카드를 보여주며, 그 카드에 얽힌 이야기들과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곤 하셨다.
나는 그때마다 열심히 듣는 시늉을 했지만 한편으로 고작 이런 카드 때문에 집에도 가지 못하는 것이 서럽기만 했다.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날, 아버지는 이상하리만치 들떠 계셨다. 아버지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빨랐고, 나는 그런 아버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걷고 또 걸었다. 아버지는 무슨 말인가 계속 중얼거리셨다. 아마도 그 카드에 대한 것이리라. 그것 이외에 아버지를 저렇게 흥분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 일전에 아버지는 신비한 카드에 대해 말씀하셨었다. 그 당시 나는 집에 너무 가고 싶어서, 자리에 주저 앉아 엉엉 울고만 있었다. 아버지는 울고 있는 나를 달래며 이야기하셨다.
"유진아, 이제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버지가 평생을 찾아다녔던 그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단 말이다."
"카드는 아빠 가방에 무지 많잖아요!"
"아들아, 아빠가 찾는 카드는 여기 가방에 있는 것들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란다. 그 카드는... 하하하 설명하기 어렵구나."
"그럼... 그것만 찾으면 집에 갈 수 있어요?"
집에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나는 아버지를 열심히 따랐다. 아버지는 한 부락을 지날 때마다 그 부족의 족장들을 만나 가방 속에서 값비싼 물품들을 건네며, 그 카드의 행방에 대해 묻곤 하셨다. 하지만 그들이 건넨 정보들은 대개 거짓 정보거나 알아 들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날 아버지를 그렇게 흥분시켰던 정보는 '쿤챠이'라는 부족의 족장이 건넨 한 장의 쪽지였다. 처음에 아버지는 그 정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일어나자마자 주머니 속에 있던 쪽지를 황급히 펴셨다. 쪽지의 내용을 한 자, 한 자 짚으며 천천히 읽으셨다.
"뜨거운.. 것은, 넘치기.. 마련이다.."
"아빠, 뭐라고요?"
"아들아.. 나의 감이 맞다면 우리는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겠구나."
그날 나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아버지는 내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하셨고, 아버지와 나 사이의 간격은 점점 벌어져만 갔다. 숲은 거칠어지고, 바위는 너무 거대해져서 내가 오를 수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를 잊었다. 사방이 숲이었다. 그리고 그곳엔 나 혼자 뿐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그나마 내가 찾은 것이라곤 산 속에 덩그라니 떨어져 있던 아버지의 가방뿐이었다. 가방 안에는 그토록 소중히 아끼시던 카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도대체 그 신비한 카드가 무엇이길래 그토록 애타게 찾으신걸까? 아들이 부르는 소리도 못 들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을까?
나는 오늘도 길을 나선다. 아버지의 가방을 둘러매고 이 섬의 곳곳을 누빌 것이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트릭스터가 된다거나, 돈 주반니의 하수인 노릇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말했던 "뜨거운 것은 넘치기 마련이다." 라는 말은 화산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화산이 있는 섬, 그곳에 신비한 카드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아버지가 그 카드를 손에 쥐고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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